5월 15일 스승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몇일전인 10일 오후7시 경기 부천시 원미동의 먹자골목에 자리한 족발지. 30대 중반의 '아저씨'10여명이 한 사람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절을 받은 이는 이춘원씨로 시흥 장곡고 교장선생님이신데요.
20년 전 부천 부명중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이 분들이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났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옛 스승님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이들의 만남은 조금 특별합니다.
1998년 졸업한 이 분들과, 당시 체육교사로 근무했던 이춘원 교장 선생님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쉬워
제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20년 뒤 Tv광고를 낼 테니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교장선생님이 아닌 체육교사였던 선생님을 기억해 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떠나보내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리움을 담는 작업이었다'며
'저만의 짝사랑이었지만요.'라고 덧붙혔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지상파 방송사에 요청을 했고,
당시 찍은 영상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다시 제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며, 많은시간이 지난 지금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제자들을 옆에서 보듬어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는 신념을 교직 생활 30년 동안 갖고 있었고,
졸업 후 18년 만의 만남도 이런 노력과 신념의 산물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이 교장선생님은 훗날 다시만날 제자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펜을잡고,
교육학 박사 학위, 교육청 장학사와 교감 자리를 거쳐 지난해 장곡교 교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짝사랑'이라고 말했지만, 제자들은 유난히 작은 이 선생님의 발 사이즈까지 기억하고,
체벌이 일상이던 시절에 말썽을 부려도 다그치기보단 보듬어주던 그를 제자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한 가장의 가장이되고, 결혼을 하는 제자들을 보며 정말 뿌듯했을 것 같은데요,
'다음 모임 때까지 금연하시라'는 숙제를 내며 애정어린 잔소리를 하는 제자들의 말에 '행복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날 선생님은 제자들이 썻던 편지를 보여주었는데,
그중 '20년 뒤에 꼭 찾아 뵙고 그땐 제가 술 한 잔 사겠습니다'라고 썻던 족발집 사장이 된 제자한명은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요즈음엔 스승의날 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찾아가는 학생들도 많다고합니다.
학원의 선생님들께 배운 지식도 많지만,
학교 선생님만의 애뜻함이나 사제간의 정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시간이 나지못해 저는 선생님을 아직 찾아가지 못했지만,
내년엔 꼭 스승님들께 꽃 한송이 들고 찾아뵈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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